1. 개요
건설회사가 빌라를 짓기 위해 토지를 매수했습니다.
붙어 있는 두 필지 중 하나는 큰형 단독 지분이라 계약에 큰 문제는 없었고, 나머지 필지는 형제들 사이의 상속 문제로 아직 등기부에는 공유지분 상태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동생들의 날인은 없었습니다.
그냥 동생들 몰래 큰형으로부터 사오려고 했었나 봅니다.
먼저 형 날인부터 받아서 공사 진행하면서, 차차 동생들과 협의할 생각이었습니다.
공사를 하려면 필지 두개가 모두 필요한데, 두번째 공유필지 협상 때문에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같지가 않습니다.
다른 공유자들, 그러니까 동생들과의 협상 자리에 나가보니 원래 큰형은 지분이 없었다,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2. 가처분 공격
동생들은 자신들 뜻대로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공사를 방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의뢰인은 첫번째 필지에 대해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위에 펜스를 치고 폐기물 등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공사를 시작했다”며 공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공사라니요. 단순히 현장 정비를 한 것뿐인데, 그걸 “불법 공사”로 몰고 간 겁니다.
무엇보다 정비한 현장은 두번째 필지가 아니라, 형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첫번째 필지였습니다.
결국 동생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지요.
동생들은 현장 위치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의 헛소리도 재판에서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쪽의 헛소리는 판사님이 어련히 알아서 판단해 주시겠지, 라고 생각하면 현실을 모르는 겁니다.
법원이 우리에게 유리한 판결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재판입니다.
3. 하나마나한 이야기도 해야 하고, 과연 쓸까 싶은 증거도 제출해야 한다.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습니다.” 라는 말만 반복하면,
친히 심문기일까지 열어서 당사자들과 대리인 변호사들 얼굴을 보려고 하신 판사님들 기부니가 좋을까요, 나쁠까요?
물론 가처분 사건이고,
심문기일까지 기간도 넉넉하지 않아서 경계 감정을 한다거나, 측량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이게 본안소송이었으면, 누구라도 감정신청을 했을 겁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을 해보면, 심문기일을 얼마든지 풍성하게 만들수 있습니다.
이 땅이 당신들이 말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뭐가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현장 사진을 모두 찍어야 합니다. 문제되는 장소를 먼저 판사님 머리속에 그려주고 시작해야지요.
그리고 이어서 착공신고서와 시공도면을 제출합니다. 땅 모양과 지번 확인이 가능합니다.
네이버만 열면 항공뷰, 지도뷰가 나오고, 밸류맵, 씨리얼을 통해 지번이 드러납니다.
이 정도만 해도, 판사님은 우리쪽 성의를 충분히 알아줄 것이지만, 쐐기를 박는 기분으로, 동네 중개사님 인터뷰를 진술서 형식으로 만들어서 제출합니다.
여기까지 하면 이 땅은 니 땅이 아니야, 라는 심증 형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야지요.
만에 하나 이 땅이 어딘지 판사님이 모른척 하더라도,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은 “공사”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펜스 치는 것은 공사가 아닙니다. 쓰레기 치우는 것도 공사가 아닙니다.
아직 삽도 안 떳다는 점을 또 영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4. 부족한 것보다 언제나 과한 것이 낫습니다.
어렵지 않지요?
다만 귀찮을 뿐입니다.
이렇게 안 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지면요?
“신청인의 소명이 충분한 데에 비해 피신청인은 토지의 권리관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혹은
“건축 부지를 정리하는 행위가 착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는 문장이 결정 이유에 섞이면, 결론은 그냥 지는 겁니다.
변호사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결론이 조금 더 수월해 집니다.
의뢰인이 보기에 하는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의뢰인에게는 최선의 결과인 것입니다.